“아무래도 저 영감이 미친 것 같아. 저 지독한 구두쇠가 지나가는 거지에게 돈을 주다니.”
“난 이제 새로 태어난 스크루지야, 메리 크리스마스!”하며 퇴장하자 돈을 받은 거지가 한마디 내뱉는다.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군.”
찰스 디킨즈의 희곡 <크리스마스 송가(Christmas Carol)> 마지막 대목입니다.
바로 스크루지가 변화되는 이야기죠. 그는 매우 괴팍한 데다가 털끝만큼도 자비라는 것을 모르는 고집불통 욕심쟁이의 대명사입니다. 그러던 그가 크리스마스 이브 밤에 유령을 만나게 됩니다. 유령은 그를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시간으로 데려가 그의 인생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줍니다. 그리고 스크루지는 무언가를 보고 깨닫기 시작합니다. 그는 그동안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하느라 자신 주변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었습니다. 자신의 좁은 시선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는지, 얼마나 남에 대해서 쉽게 정죄하고 판단하며 살아왔는지, 얼마나 이기적으로 살아왔는지 비로소 그는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긴 밤이 끝나고 눈을 떠보니 크리스마스 아침입니다. 창문을 여니 따스한 아침 햇살이 자신의 얼굴에 쏟아집니다. 그리고 저 골목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캐럴 소리가 귓가에 들려옵니다. 전에는 아침이 싫었습니다. 눈을 뜨는 게 지겨웠습니다. 모든 것이 소음으로 들렸고 짜증 낼 일로만 보였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이기적 시선에서 벗어나 세상을 보니 세상이 달라 보입니다. 사랑스러워 보입니다. 아름답게 보입니다. 믿음이 없이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사람들은 애써 기쁘기 위해 노력하고 화려한 장식으로 자신의 우울한 삶을 포장합니다.
그렇게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나면 그 우울함은 다시 반복되고 똑같은 일상을 살아갑니다. 무언가 자신의 틀 밖으로 벗어나지 않으면 삶은 늘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 될 뿐입니다.
자신의 틀 밖으로 벗어나게 하는 힘이 믿음이고 은혜입니다.
그러면 세상이 달라 보입니다. 사람이 달라 보입니다. 이것을 경험하게 하는 날이 크리스마스입니다.
이렇게 성탄절은 불가능한 것 같은 굳게 닫힌 마음의 철문이 열리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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